필사하기 좋은 책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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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기 좋은 책 모여라

by 노란수지니 2020. 8. 28.

글쓰기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필사 열풍도 불고 있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작가도 알퐁스 도데의 '별'과 이효석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을 필사하며 글쓰기 실력을 키웠다. 김영하 작가는 티브이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여 책을 가장 느리게 읽는 방법으로 '필사'를 권유했다. 독서와 글쓰기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는 필사는 어떻게 우리 삶과 연관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한다.

 

 

                                                                             

 

어떤 책이 좋을까

 

필사는 글을 베껴쓰는 일이다.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 많이 하는 글쓰기 훈련이다. 필사하기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

 

첫 번째로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자시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평소에 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보고 좋은 책을 선택하여 시작한다.

두 번째는 단문으로 이루어진 글이 좋다. 글이 길면 리듬감이 사라지고 지루해져 필사하다가 쉽게 지칠 수 있다.

번째는 좋은 문장을 가진 책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문장이 빈약하면 필사하기 어렵다. 좋은 문장은 곧 우리 정신에 좋은 지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필사가 처음이라면 주옥 같은 명문장이 많은 문학책이 좋다. 필사하기 좋은 책들을 추천한다.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오정희의 소설 <유년의 뜰>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박완서의 에세이<못가본 길이 아름답다>

나태주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어떻게 써야 할까

 

필사가 좋은지는 알지만 막상 하려면 막막하다. 호기롭게 혼자 시작하다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하지만 그렇지 않다. 방법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1. 컴퓨터나 노트에 필사한다. 컴퓨터로 하는게 좋은지 손으로 꾹꾹 눌러서 필사하는게 좋은지 의견이 많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게 할 것을 권유한다.

2. 필사모임에 참석하여 함께 쓴다. 책 필사는 고독한 작업이다. 혼자서 하면 처음의 의욕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지친다. 이럴 때 어깨동무하며 으쌰으쌰하며 의지를 돋구어 함께 할 글친구들이 필요하다. 마땅한 모임이 없으면 자신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좋은 펜과 노트를 준비한다. 좋은 문장 베껴쓰는데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되지 좋은 연장이 무슨 필요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던가. 요리사가 좋은 요리도구가 있으면 요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필기구로 필사를 한다면 행복할 것이다.

4. 필사 후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리고 필사한 문장을 안 보고 읊조려 본다. 이렇게 하면 필사만 하고 끝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필사는 좋은 문장이 쓰면서 손끝에 한 번 새겨지고 읊조리며 입에 한 번 새겨지고 문장을 들으면서 귀에 한 번 새겨지면서 마음 속에 깊게 새겨진다. 기억에 오래남아 사색을 하기도 하며 글을 쓸 때 좋은 문장을 내 글에 녹여 내어 더 탄탄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명문장은 글을 빛나게 하는 햇살이다.

 

 

                                                                                                 

 

필사, 깃털처럼 가볍게 해 볼까

 

책 필사가 부담스럽다면 작게 시작할 수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의 시나,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을 필사하는 것도 좋은 필사방법이다. 나는 가끔씩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필사한다. 엄선한 좋은 글에 해석과 사유가 담긴 글은 하루를 충만하게 한다. 매일 자동으로 메일로 오기에 내가 좋은 문장을 찾아나설 필요가 없다.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길다면 그 중에 내 마음을 콕 찌리는 문장 한 줄이나 단어 하나만이라도 필사하는 것도 좋다. 긴 글만이 사람 마음에 남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짧은 글이 깊은 책 한 권 두께의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어떤 글을 어떻게 필사하느냐 보다 그 글이 내 마음에 어떤 물결을 일으켰는지가 중요하다.

 

필사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책을 읽다가 좋은 글이 있으면 밑줄을 그어두었다가 필사노트에 차곡차곡 수집하는 방법이다. 책을 통째로 필사한다는 부담감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찾아낸 나만의 문장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고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이렇게 모은 글을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나도 한 때 한 글쓰기 카페에 필사를 꾸준히 올렸다. 내가 자료를 올리면 다른 회원들이 나의 글을 보고 베껴쓰기 훈련을 했다. 자그마한 나의 노력으로 다른 분들의 글쓰기훈련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뿌듯했다.  지금도 그 카페에는 400여 건의 나의 글들이 남아 있다. 필사할 글을 찾기 위해 책을 읽을 때마다 오감을 열고 읽었다. 책만 열심히 읽고 밑줄 긋는데 끝나지 않고 필사로 마무리 한다 생각하니 더 좋은 문장을 찾기 위해 집중해서 읽었다. 덕분에 책을 더 깊이 읽는 효과도 있었다. 지금도 필사로 남겨 놓은 글들을 가끔 읽어볼 때면 그때 읽었던 책 내용도 떠오르고 어떨 땐 필사해 놓은 문장이 처음 보는 문장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나이 들어서 심심하면 한 편씩 읽어보고 다시 필사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다.

 

단순하게 글만 베껴쓰는 것은 타자연습이요 글씨 연습일 수  있다. 필사를 할때는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쓰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꽃도 내 마음에 품지 않으면 그저 풀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필사도 마음으로 쓴 만큼 삶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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